12.28.2010

Dec. 28th.

앤이랑 말다툼을 했다.
요샌 뭐가 이렇게 억울하고 사연 많은 여자처럼 우는지.

오늘 영주권 때문에 지문 채취하고 사진 찍었다.
약속은 2시반이었는데 뭐든지, 앤이나 나나 조금 일찍나서는걸 좋아해서
점심 후다닥 먹고 움직였는데 2시도 안돼서 도착했다.

근데 이상한건, 한국에 있을때 배우자 비자 인터뷰 할때보다 더 긴장을 했다.
앤한테, 긴장된다고 했더니 아마 한국에선 문제가 생겨도
내가 해결 할 수 있다는 생각때문에
덜 긴장된것 같다며 오늘 이민국에서 하는일은 아무것도 아니니까 걱정말라고 했다.
앤 말이 맞았다.
공항검색대 같은 초 보안대를 지나서
앤은 대기자실로 가고 나는 간단한 신상명세서를 작성하고 지문채취를 이쪽저쪽 한다음에
사진 찍고 끝! 간단하네.별거아니었네.

그리고  south point mall 건너편에 있는 world market 에서 저녁 먹을거리를 사고
Moes 가서 점심을 먹고, 근처 쇼핑몰을 둘러보고.
집에 와서 달콤한 음악에 각자 책을 읽다가 같이 pesto랑 가지구이를 해서
라즈베리 스파클링 와인을 마셨다.
여기까지 참좋았는데...

이얘기 저얘기하다 돈에 관한 얘기가 나왔다.
지난번에도 내가 기분 안좋았을때는 앤이랑
돈얘기를 했었을때구나, 갑자기 생각이 난다.
앤은 학교다니면서 대부분 미국애들이 그렇듯이 대출받아서 학교 생활하고,
게다가 앤은 칠레에서 일년동안 공부하고 여행다니고 하면서 대출한 돈도 있고 해서
함께 갚아야 할 돈이 있는데 오늘 내가 그 얘기를 꺼냈다.
나는 대출한 돈 갚을 것도 없고 직장생활하면서 저축한돈을 오히려
나누어 써야하는 입장이다. 모이런, 그냥 푸념. just saying......

근데, 내가 앤의 제일 약한 부분을 건드린거다.
식사를 다 마친 상황이라 앤은 접시들고 설겆이를 시작하고 15분 정도
난 혼자 테이블에 앉아있었다.
그리고 앤이 와서 다시 앉고는 다 마치지 못한 얘기에 대해선 아무 언급없이 샤워하겠단다.

샤워하러 가기 직전, 본인이 다시 그얘기 시작해도 좋게 마치지 못할 것 같아서
자리를 떠났던거란다. 그래서 난 그건 별로 좋아하지 않으니
다시는 그러지 말라고 운을 떼고 얘기가 이어졌다.
암튼, 내가 왜 그얘기를 시작했는지 앤은 왜 언짢았는지 조목조목 얘기를 하고
앤은 샤워를 하러 갔다. 무거운 기분으로...

그리고 난 오늘 일기를 쓰기 시작했고
앤은 샤워를 마치고 문에 기대서 야옹야옹 한다.
그리고 다가와서 아까는 미안하다고 한다.
나도 10월 15일 이후로 바뀐게 있다면 용서가 빨라졌다는 것.
내내 한공간에 있을텐데 미안하다고 하는데 주저할 이유가 없더라.
나도 미안할 일이 생길텐데...

암튼 앤에게 말했다. 당신을 기분 나쁘게 만들생각은 전혀 없었다고...
그리고 토닥토닥 끝.
예쁜 얼굴로 옆에 앉아서 크리스마스 이브에 도착한 책의 마지막을 읽고 있다.
이러면서 정이 드는거겠지.
훌쩍 몇십년 시간을 보낸 오랜 부부들이 말하는
그 정. 사랑보다 커질까 과연?

12.23.2010

Dec. 6th.

주일밤에 앤엄마가 내일 ups 물건 올게 있으니까 어떻게 어떻게 하라고 말씀해주셨다.
내일은 앤이 일하는 날이라 혼자 있는 월요일이니까 내가 혹시 당황할까봐 배려 :)

앤엄마 일마치시고 12시 넘어서 온 전화에 엄마가 ups 왔냐고 아직,
앤일마치고 3시 넘어서 온 전화에 앤 ups 왔냐고 아직,
다들 혼자있는 내가 'ups man'을 잘 처리하는지 굉장히 궁금하나보다 계속 묻는걸 보니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4시넘어서 다들 오는 소리가 들려서 문을 열었는데
이 'ups man'  나를 깜짝 놀래키려는 속셈이었는지 문옆에 살짝 놓고 갔다.
고양이도 모르게.

앤이 내 몸 반만한 박스를 힘있게 들고 들어오고 가위를 찾더니 같이 열어보자고 한다.
(지금 생각하면 상자를 열어본뒤에 어떤일이 있을지 짐작해서 였을까
Hannah 도 앤엄마도 분주했다. ) 그래서 내가 "나한테 온것도 아닌데 내가 왜? ^-^" 이랬다.
상자가 열리기 직전 5초전까지. 뒷짐지고 어흠.

"이게모야? 엥?? singer??? sewing machines?????...................
................................ 꺄아!!!!!!!!!"

난 그냥 한마리 아시안 개구리가 되어버렸다.
팔짝팔짝 팔짝팔짝.

내년 크리스마스선물로나 받을 줄 알았다.
아님, 앤 시작해서 월급을 받으면 그때나 내꺼가 생기겠지 했는데.
내가 quilting 재미붙인걸 알아서 당장 사주고 싶었단다.
그래서 나몰래 누나랑 엄마에게 조언을 구하고 온가족이 이미 다 알고 있었단다.
나만빼고.

아-
이 똘뚜리를 어떻게 할까,


(*똘뚜리 : '똑뚝이' 한국말로도 어떻게 쓰는지 모르겠다. 암튼 앤은 똑뚝이를 똘뚜리 혹은 또뚜리 라고 말한다)

앤, Hannah, 나 셋이 앉아서 사용 설명 dvd 를
wonderful life (앤가족의 1st favorite영화) 보는것처럼 집중해서 봤다.
아이 기뻐라!
아이 좋아라!

--------------------------------------------------------------------------------------------------------------------------------
내 첫번째 quilting으로 요새 앤엄마랑 아기 이불을 만드는데
새재봉틀이 오던 그날밤.!!
앤엄마가 앤엄마의 할머니 할머니의 오래된 재봉틀로 마지막 작업을 하고 계셨다.
근데 갑자기 나를 부르시더니,
재봉틀이 이상하다며 문제가 생긴 천조각들을 여기저기 보여주셨다.
앤하고 나는 원인분석에 들어가고 이리저리 살펴보는데
결국 11시도 넘은 늦은밤을 향하고있어서  CSI 놀이를 마치고 방에 들어갔다.

근데 갑자기 웃음이 완전 빵 터졌다. 완젼 빵!
"앤, 그런데 왜 갑자기 오늘 엄마 재봉틀이 망가졌을까? 왜 오늘!?
 엄마가 새재봉틀 갖고싶으셔서 망가뜨리셨나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그리고 둘이 자기전까지 내내 웃었다.

나한테 재봉틀이 이상하다며 그 울상인 표정으로 "retarded, retarded sewing muchines!!

귀여운 앤엄마를 생각하면서.

Dec.4th

아침에 설겆이를 하는 내내 기분이 안좋았다.
전날 밤에 무슨일로 기분이 안좋았는지조차 지금은 기억도 안나는데
샤워하면 떨쳐지려나 했지만, 그릇을 닦으면 좀 나아지려나 했지만
비오는 토요일 아침이라서 그랬는지 아님,
Hannah 생일파티를 앞두고 왜 기분이 안좋은지 파악도 못하는 미안함 때문이었는지
여전히 그랬다. 
Hannah 친구를 데리러 갔다가 오던길에 우편물을 가지고 온 앤아빠가 내이름으로 온 메일을
쑥 내미셨다. 
어디서 온 메일인지 확인하자 마자 앤한테 달려갔다.
그리고 같이 메일을 열고 확인하는 순간 벅찬 그 마음에 눈믈이 나왔다.

아, 전날 두달이 다되가는 premarriage counseling 주제가 'money' 였는데
앤이 유난히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전에 볼 수 없던 모습을 봐서 였을까
그래서 은근 놀랬던것 같다. 암튼, 여러가지 보이고 보이지 않던 걱정거리들을
아침까지 끌고 와서 였다. 그래서 기분이 안좋았다.

그리고 11월말에 메일 보낸 답장이 앤엄마 국적에 관한 증거 자료를 더 보내라고 해서
적잖이 당황하고 인터뷰 날짜를 기약없이 기다리는데에 대한 막역함이
눈물이 되었던거다.

이주 수요일에 두번째 메일을 보냈는데, 그걸 확인은 한건지 어쩐건지 토요일에 
인터뷰날짜가 잡힌 메일이 와버린거다.

12월28일. Bradley 집에서 10분거리. 이런 잘짜여진 극본이 또 있을까! 
결국엔 우리입에서 나온 단어는 
-miracle miracle miracle!!

울고 위로하고 안아주고 무릎꿇고 기도.
이일을 반드시 전해야 한다.
그게 내 서약이었으니까.

하나님이 주신 참좋은 크리스마스 선물.
이렇게 28일을 기다린다.

12.22.2010

모든일에 대하여

주께하듯 하라.
기억해야될 말이다.
앤은 열정을 가지고 늘 주께 하듯 하는 것 처럼 보인다.
그래서 참 좋다. 넘치는 열정이 나까지 힘있게 만든다. 
배워야 한다.

오늘 한국에서 짐이 왔다. 책만 가득있고 겨울 코트가 하나도 안와서 엥?? 이러고 
조금 어쩔줄 몰라했다. 꽤 오래 기다렸는데.
예배드리고 마음이 평안해져서 다행이다.

엄마랑 아빠에게 메세지를 보내다가 울었다.
많이 보고싶어서.
근데 내입으로는 엄마에게 차마 보고싶다고 말을 못해서
앤이 보고싶다고 말하는것처럼해서 보냈다.
엄마에게 보고싶다고 하는순간 당장 한국으로 오라고 할게 뻔하니까..

Melody 이모님께 드릴 컵홀더를 완성했다.

크리스마스다. 
예수님 생일. 태어나신 일에 대해서 기뻐해야 하는건 당연하지만,
왜 예수님이 이곳에 오셨는지까지 기억해야한다.
십자가에 달려 고통받은후 죽고, 다시 살아나시고, 하늘에 올라가시기까지의 인생이
이미 하늘에서 계획된 일이었다는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이게 크리스마스의 참 의미다.